사표
詩최마루
뜻하지 않게 사표를 제출하고 보니
온몸에 피가 빠지고 뼈가 녹는구나!
당장
내일부터 묵직한 방황은 어김없이 시작될 터이고
아내에게 도시락을 받아 어느 공원에서 시간을 보낼까
이 참에
도서관에 앉아 국어 사전을 보고 글 무덤을 만들까
한창 일할 나이에
수 십 가지의 사회경험은 예상 밖의 징그러운 미로 같았다
다음달부터 생활비가 바닥인데 참으로 마음이 팍팍하다
우선은 종점으로 가는 토근여행이라도 하면서
귀여운 아이들을 위하여 여러 방법들을 모색해야지
얼굴에는 근심으로 아침을 세수하고
축 늘어진 구두는 제 갈 길을 못 찾아 방황하는데
마음은 이미
심각한 고통의 절벽 위에서 애타게 달랑거린다
호흡조차 불규칙한 아침이 이렇게도 무서울 줄이야!
무직으로 태어나 무직으로 가는 세상!
남들과는 달리
살아 생전의 호의호식도 없었던 조롱박 생이라
어제 찬물 한 모금에 비틀어진 밥과 시큼한 김치로 채운
이 몸을 오늘부터 어디로 끌고 다녀야 할지
수학문제 푸는 것 보다 꼬여 있는 삶이 기가 막힌다
시급한 지금! 구인구직광고지를 찾아보니
가판대마저 비웃듯이 비딱하게 서 있는데
아이의 사탕사줄 동전으로
멋진 희망을 위하여 잠시나마 더딘 인생에
파이팅을 위한 차비를 해야지!
☆ 글쓴이 소개☆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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